연준 ‘슈퍼 긴축’에 ‘오버슈팅’ 우려 고조... 증시에 호재 될 ‘피벗’은 언제쯤?
- “연준 너무 나간다”... 물가와의 전쟁에 사활 건 ‘긴축 오버슈팅’에 우려 고조
- ‘정책효과 지연’ 고려 않는 ‘샤워실의 바보’... 경제학자들에 일부 언론도 가세
- ‘30년 제로금리’를 불과 1년 만에 3.25%까지... ‘제로금리 시대’ 다시 올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슈퍼 긴축’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오버슈팅’(overshooting), 즉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려 더 깊은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연준이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과연 주식 투자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연준의 정책 전환(pivot・피벗)은 언제쯤에나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한 놈만 팬다”... 물가 잡기에 사활 건 연준의 ‘슈퍼 긴축’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한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조짐은 현재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고용, 물가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아직은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는 연준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미국의 고용 상황이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채 금리는 치솟고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번 주 확인하게 될 소비자물가지수(CPI), 근원 CPI 상승률 등 물가 관련 지표도 연준의 확실한 입장 선회를 가져오기에는 충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우, S&P 500, 나스닥 등 미국 증시 주요 지표와 코스피, 코스닥 등 한국 증시 지표 모두 9월 최악의 한 달을 보낸 후 10월에는 반등하기를 기대하고 있던 투자 심리를 회복시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하게 될 3분기 기업 실적에 따라 추가적인 하락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로금리에서 3.25%까지...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금리인상
연준은 올해 3월 ‘제로(0) 금리’를 깨고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6월과 7월, 그리고 9월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 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씩 인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 들어 약 9개월 간 기준 금리는 3.0%포인트나 뛰었습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재임 시절인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입니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연준은 다음 달(11월) 1~2일 FOMC에서도 또 한 번 0.75%p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직전 FOMC에서 공개된 점도표를 고려하면 연준이 올해 연말까지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포함, 최대 1.25%p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 초 4.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이렇게 강한 긴축을 이어감에 따라 일각에서는 오버슈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점점 더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전문가들도 긴축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다만 속도 조절, 즉 일정한 감속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샤워실의 바보’... ‘정책효과 지연’ 고려 않나
추운 날 샤워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면 단번에 따뜻한 온수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때 조금 기다리면 서서히 물이 따뜻해지면서 적절한 온도를 맞출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곧바로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수도꼭지를 성급히 끝까지 돌려버리면 오히려 갑자기 뜨거운 물이 쏟아지면서 살갗을 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놀라서 또 한 번에 반대편으로 수도꼭지를 돌리게 되죠.
다들 한 번 쯤은 경험해 본 이 같은 행동을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정부의 성급한 경제 정책 결정이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자 한 개념입니다.
‘샤워실의 바보’ 개념에는 정부가 경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충고가 녹아 있습니다. 과잉 긴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준 내부에서까지 흘러나온 이유입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지난달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일정한 지연이 있는데 지금 연준은 이를 확인할 틈도 없이 빠르게만 움직이고 있다”면서 과잉 긴축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준 인사들은 훨씬 매파적입니다.
‘오버슈팅 우려’... 경제학자들에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까지 가세
이렇게 이른바 연준의 피벗, 즉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 선회, 정책 변경의 가능성이 옅어져 가는 상황에서 연준을 향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너무 막 가는 거 아니냐”는 조금 더 강도 높은 비판, 내지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WSJ)은 8일(현지 시간) “연준의 인플레이션 잡기에 일부 경제학자들이 ‘불필요하게 깊은 침체’ 우려 제기하고 있다”(Fed’s Inflation Fight Has Some Economists Fearing an Unnecessarily Deep Downturn)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WSJ>은 미국 뉴욕 증시는 물론 글로벌 경제, 금융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언론 중 하나로 이 신문의 논조는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연준의 긴축 행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논조를 가져왔던 <WSJ>마저 태도를 바꿔 오버슈팅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크게 보도할 정도로 신문의 논조가 연준의 지나친 긴축을 비판하는 쪽으로 일종의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WSJ>는 작년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이미 한 차례 실수한 연준이 이번에는 “물가를 잡고자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림으로써 또 다른 실수를 자초할 위기”(risking another blunder by potentially raising interest rates too much to combat high inflation)에 처했다며 기사 초입부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WSJ>은 또 “지금까지의 연준의 긴축으로 이미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고통도 불가피하다는 파월 의장의 판단도 맞지만, 그렇다고 필요 이상의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한 그레고리 맨큐(Greg Mankiw) 하버드대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습니다.
맨큐 교수는 “나라면 천천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겠다(I would slowly ease the foot off the brake)”면서 “향후 FOMC레서 0.5%p냐 0.75%p냐를 놓고 인상 폭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0.75%p보다는 0.5%p 쪽을 택하라(go with 50 instead of 75)”고 주문했습니다.
도널드 콘(Donald Kohn) 전 연준 부의장도 <WSJ>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조만간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They need to downshift soon)”면서 “당장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속도는 낮춰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전문가들이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노동 시장 과열, 임금 상승 등 소비 측면이 아니라 공급망 교란 등 공급 측면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렵고 오히려 경제만 망칠 수 있다는 거죠.
‘제로금리 시대’, 결국은 다시 올까? 아니면, 이제 영영 안 오는 걸까?
<WSJ>의 보도 외에도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벨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도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너무 많은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크루그먼은 신케인즈학파 성향의 진보적인 경제학자라는 점에서 앞서 소개한 프리드먼과 대척점에 서 있지만 “금리 인상이 지연된 영향을 가져올 것(rate hikes have a delayed impact)”이라면서 “연준이 물가와의 싸움에 있어 너무 과도하게 뛰어들(go overboard)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연준이 이미 한 번 금리인상의 적기를 놓친 실수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보행자를 치고 지나간 자동차 운전자가 문제를 바로잡으려 후진해서 피해자를 한 번 더 깔고 지나가는 악수를 두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며 “그 농담이 현실이 되는 걸 걱정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한편, 크루그먼은 이미 지난주 화요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이전 30년 동안 금리가 0에 수렴해 갔지만 그것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물가와의 전쟁이 일단 끝나고 나면 금리는 사실상 제로로 다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마 저금리 시대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닐 것입니다.”(“So the era of low interest rates probably isn't over after all.”) 크루그먼 교수의 이 말이 주식 투자자, 특히 성장주에 관심을 가져온 투자자들에게는 큰 힘을 주는 말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주 물가지수 발표... 기로에 선 글로벌 증시, 변동성 장세 이어질 듯
하지만 정말 ‘제로 금리’ 시대가 다시 돌아올까요?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세계 경제 편입과 세계화의 진전으로 특징 지워졌던 지난 30년과는 전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이전과 같은 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말하기도 하니까요.
아니, 제로 금리, 저금리 시대는 차치하고, 당장 연준이 긴축의 강도라도 조금이나마 약하게 가져가 주고, 긴축의 속도라도 조금 줄여 주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이 많을 텐데요. 그럼에도 연준이 당장 방향타를 쉽게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긴축의 고삐를 풀었다가 물가와 경기 모두를 잡지 못한 1970년대의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물가 지표들이 좀 더 확실하게 빠져 줘야 하고, 기업 실적은 더 나빠져야 하며, 실업자가 늘고, 주가와 집값은 떨어지고, 그로 인한 고통이 더 커져야 긴축을 늦출 수 있다는 겁니다.
향후 증시는 미국에서 현지시간으로 12일(수)과 13일(목) 잇따라 발표될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단기적인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에 있어서 계속해서 신중함을 유지해야 하겠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다른 글 >
코스피, 코스닥 지수 전망... 이 글까지만 보고 더 이상 궁금해 마세요
코스피, 코스닥 지수 전망... 이 글까지만 보고 더 이상 궁금해 마세요
코스피, 코스닥 지수 전망... 예측 무의미한 이유 (나스닥, S&P 500도 마찬가지) ‘코스피 지수, 코스닥 지수의 바닥은 어디인가?’ 증시 주요 지수의 미래 전망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국내 증권
swife.tistory.com
[경고] 본 블로그의 아이디어를 비롯한 글과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을 사전 동의 없이 무단 전재/게재, 재활용, 배포하는 등의 모든 행위를 금합니다.
*주식, 부동산 등 투자 대상과 관련된 정보는 단순히 참고 사항일 뿐, 투자 권유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모든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
블로그 ‘구독’하고 가치 있는 정보, 돈이 되는 정보 받아보세요!
*RSS Feed(URL): https://swife.tistory.com/rss
<영어 신문> 기자 출신,
‘국내 최고’ 외신 해설 블로거!
‘공감’과 ‘구독’,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외눈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3% TSMC -7%... 반도체주 급락, 전 세계 시총 344조 증발 (26) | 2022.10.11 |
---|---|
노벨경제학상에 버냉키 전 연준의장... ‘고강도 긴축 와중 의미심장’ (31) | 2022.10.10 |
코스피, 코스닥 지수 전망... 이 글까지만 보고 더 이상 궁금해 마세요 (31) | 2022.10.06 |
미 증시, 바닥 쳤을까? ‘베어마켓 반등 후 다시 하락’ 예상하는 월가 (15) | 2022.10.05 |
다시 2200선 무너진 코스피... 외신, ‘BTS 하이브’ 시총 12조 증발 조명 (0) | 2022.09.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