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국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한국에서 반복되는 전임 대통령의 사법 처리 후 사면 관행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연말 성탄절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이 계기가 되었음은 글의 도입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외신의 눈에 비친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을 봅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정치적 편의주의
온라인 기준 1월 6일 발행된 글에서 <이코노미스트> 지(誌)는 “한국은 왜 부패한 지도자들을 사면하는가?”(Why does South Korea pardon its corrupt leaders?)라는 헤드라인으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명박 전 대통령만큼 간절히 기다렸을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Few will have cherished their Christmas presents this year as much as Lee Myung-bak)”이라며 글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사면되면서 “1987년 민주주의가 도래한 이후 사면된 네 번째 한국 대통령”(He was the fourth South Korean president to be pardoned since democracy arrived in 1987)이 됐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부패한 대통령은 많지만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후임자들로부터 사면을 받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기본 배경은 사면이라는 어마어마한 권한이 대체로 입법부(의회, 국회)에 귀속되는 다른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특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제도에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대통령,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사면권 남용으로 비판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처럼 ‘정치적 편의를 위해 사면을 사용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없다(few democracies use pardons for political expediency in the way South Korea does)”고 꼬집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관행의 원인으로 제도보다 더 깊이 자리잡은 것은 <이코노미스트> 지가 ‘피의 스포츠’(a blood sports)라고 표현한 것처럼 여야 정권교체 때마다 어김없이 뒤따르는 ‘전 정권 손보기’ 관행의 악순환입니다. 물론 그보다 앞서 독재 정권 시절 이전부터 이어져 온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등 뿌리깊은 뒷거래 문화(culture of backhanders)가 부패 청산의 빌미가 됩니다. 기사는 바로 그런 배경 때문에 취임 후 “어떤 대통령도 정치적 경쟁자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no president has been reluctant to use the police and prosecutor’s office to investigate political rivals)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게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갇힌 전임 대통령 국가 지도자들은 나중에 사면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가 또 기가 막힙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등 네 건의 전임 대통령 사면 때마다 ‘국민 통합’이 명분으로 내세워졌는데 그때마다 역설적이게도 국민 여론은 양분됐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우에 따라 사면은 자기 보존에 관한 것일 수도 있으며(훗날 자신도 비슷한 처지에 처할 경우를 위한 보험), 종종 정치 엘리트 내부의 권력 역학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기도 한다면서 한국 정치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조명했습니다. 오랜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이 “이번 사면을 통해 내분으로 분열된 보수 여당 국민의힘이 통합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사면이 국민통합 촉진한다는 주장 설득력 없어”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검사는 아니지만 여전히 자신을 정의의 십자군으로 자처한다”면서 “하지만 죄인을 석방하기로 한 그의 결정은 오래된 상처를 열어젖힐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과 공모자들의 잘못에 대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있어 역사적 순간이 되었는데 이를 뒤집는 것은 국가를 통합하기는 커녕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지적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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