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사다리 게임’... 영어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쓸까요?
‘뱀과 사다리 게임’이라는 게 있습니다. 요즘에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쯤 직접 해 보거나 최소한 보기라도 한 경험은 있을 것 같은데요.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밈 주식’(meme stock) 게임스톱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이 ‘뱀과 사다리 게임’ 표현을 발견하고 소개해 봅니다. 뱀과 사다리 게임은 무엇인지, 게임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며 언제, 어떤 상황에서 쓸 수 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영국의 신문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지는 10월 6일(현지 시간) “게임스탑 대서사, 드라마 ‘인더스트리’ 작가들이 설명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BBC와 미국 HBO가 공동 제작한 TV 드라마 시리즈 <Industry>(인더스트리, 시즌 1 2020년, 시즌 2 2022년)의 작가들이 게임스탑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뤘습니다. 게임스톱 이야기를 길게 늘여 뺄 것은 아니고요. 오늘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뱀과 사다리 게임’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본문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인더스트리>는 금융 트레이더가 현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최악의 직업으로도 보이게 만든다. 가상의 도시 은행 트레이딩 현장을 배경으로 하는 BBC/HBO의 이 드라마는 젊은 트레이더들이 기업 내 위계 구조의 뱀과 사다리를 탐험해 가는 과정을 뒤쫓는다. 그곳은 섹스, 마약 그리고 FTSE의 분탕질로 가득하다.”(Industry makes being a financial trader look like the sexiest job in the world – and, quite possibly, the worst. Set on the trading floor of a fictional City bank, the BBC/HBO drama follows a gang of young traders as they navigate the snakes and ladders of the corporate hierarchy. And it’s flush with sex, drugs and the FTSE’s dips and rolls.)
뱀과 사다리
‘뱀과 사다리’는 2명 혹은 그 이상이 함께 하는 일종의 보드 게임으로 보통 가로 X 세로 각 8칸, 10칸, 12칸 등 주로 정사각형으로 된 다양한 크기의 판을 사용합니다. 판에는 다양한 요소의 이미지가 들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사다리’와 ‘뱀’입니다. 시작점에서 목표점에 이르는 중간중간 배치된 사다리가 일종의 고속 상승을 위한 지름길 역할을 한다면, 뱀은 다시 저 아래 구렁텅이로 다시 떨어져 내려가게 하는 장치입니다. 이 게임의 현대적 버전은 영국에서 처음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위키백과>에서는 이 놀이가 ‘바이쿤타팔리’(Vaikuntapali →구원의 사다리)라는 이름의 인도 놀이에서 기원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 방법
먼저 각 플레이어들이 말(marker)을 준비하고 번갈아가며 주사위(하나 또는 둘)를 굴린 후 나온 수만큼 칸을 따라 전진하게 됩니다. 이때 도착지가 사다리라면 그 반대편 끝 위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뱀을 만나면 뱀을 따라 반대편 끝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보통 사다리는 ‘상승’이라는 행운으로, 뱀은 ‘하강’이라는 불운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칸의 끝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이 게임에서 때로는 짧은 뱀을 타고 잠시 내려왔다가 인접한 사다리를 타게 될 경우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전략도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영어로는 ‘snakes and ladders game’... 인생역정, 주식시장 등 비유에 활용
게임을 해 보면 이 ‘뱀과 사다리’ 게임이 우리의 인생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좋은 일이 일어나 기뻐하다가도 이내 안 좋은 일이 생겨 낙담하고 슬퍼하게 되는 우리네 삶 말이지요.
영어권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요? 그러다 보니 이 ‘뱀과 사다리’을 단지 보드게임을 지칭하는 것으로만이 아니라 직장 생활이나 사회 현상 등에 빗대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흔히 ‘롤러코스터’에 비유되는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뱀과 사다리 게임은 영어로는 ‘snakes and ladders game’이라고 하는데요. snakes(뱀)과 ladders(사다리)가 모두 복수로 쓰였음을 눈여겨보세요. 게임에서도 사다리와 뱀은 각각 여러 개 복수로 판 위에 배치돼 있으니까요.
어떤 상황을 “뱀과 사다리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면 각각을 단수로 해 하이픈(-)으로 이은 a “snake-and-ladder” situation과 같은 형용사구 형태로 쓸 수 있습니다. 물론, a “snakes and ladders” situation 이렇게도 가능합니다.
구글(Google)에서 찾아보니 이런 기사의 문구가 검색되네요.
Singapore facing ‘snakes and ladders’ situation over Omicron variant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
The Covid-19 situation in Singapore can be compared to a game of snakes and ladders with the Omicron variant determining if the country remains on track to living with the virus, said Health Minister Ong Ye Kung on Tuesday (Nov 30).
아마 작년 말 즈음의 보도로 보이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뱀과 사다리’ 게임에 비유될 수 있는 지경으로 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방역 노력으로 어느 정도 잡혀가던 확진자 수가 예상치 못한 변이(뱀)로 인해 다시 악화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거겠죠.
<타임>(Time) 지는 영국 로열패밀리를 다룬 2022년 4월 기사에서 윌리엄-케이트 왕세손 부부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No, it was a complete love match and still is. I think that Kate fell madly in love with William, but there’s a difference between falling madly in love with somebody and being able to navigate for 10 years the obstacle course that was like a Snakes and Ladders game. She could have at any point stepped on a snake and gone down to the bottom of the chute because it was full of obstacles—press, family—and I think that [Kate’s] mother was hugely helpful in keeping that course steady.”
왕세손 부부의 사랑이 열렬한 사랑의 힘만이 아니라 언론의 관심, 가족의 간섭 등 많은 장애물을 가진 ‘뱀과 사다리 게임’과도 같았을 거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특히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는 언제라도 뱀을 밟기만 한다면 미끄러지듯 저 아래로 떨어져 버렸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이번 주말에는 가족, 친구들과 ‘뱀과 사다리’ 게임 한 판?
어떠세요,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혹은 연인이나 친구끼리 ‘뱀과 사다리’ 게임을 하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건요? 뭐,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은 됐고,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좋은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아! 보드 게임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찾아보면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이 있으니까요. ‘인생역정’, ‘서양식 윷놀이’와 같은 수식어와 함께 다양한 앱이 검색되네요. ^^;
물론, 준비할 시간이 있다면 테이블 위에 두고 직접 만지며 플레이할 수 있는 실물 보드 게임을 온라인에서 주문해 받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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