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으로 영어정복’ #007
영어 기사 헤드라인 읽는 법... 기타 잡다한 원칙들을 모아모아
영어 기사의 헤드라인에 통용되는 굵직한 원칙들은 지난 다섯 차례 정도의 글에서 다뤘습니다. 오늘은 각각을 한 회차 분량으로 할애하기에는 다소 자잘한 용법들을 한 데 모아 봤습니다. 오늘까지 하면 영어 기사의 관문인 헤드라인을 읽는 데 필요한 법칙은 어느 정도 다 다뤄지는 셈입니다. 고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힘 내세요!
1. the, a/an 등 정관사, 부정관사는 보통 생략한다
영어 기사 헤드라인에서 정관사 the나 부정관사 a/an은 대체로 생략합니다. 명사가 복수일 경우 뒤에 -s를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복수 표시를 해 주는 것은 변함 없습니다. 다만 단수일 때도 a나 an을 붙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헤드라인에서만 그렇습니다. 다음 예시를 보세요.
Bank of England warns of ‘material risk’ to UK financial stability <CNBC>(2022.10.11.)
<CNBC> 영란은행, 영국 금융안정성에 ‘실질적인 리스크’ 경고
위 예시에서 material risk 앞에는 a가, UK financial stability 앞에는 the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Global PC Sector Suffers Worst Drop as China Chip Curbs Loom <Bloomberg>(2022.10.11.)
<블룸버그> 글로벌 PC업계, ‘대중 반도체 규제’ 여파로 최악의 하락 겪어
여기서도 본문에서였다면 최상급 앞에 당연히 the를 붙여 ‘the worst drop’이라고 했어야 할 것이 the는 생략된 채 ‘Worst Drop’만 쓰였습니다.
물론 반드시 정관사/부정관사를 생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감상 정관사/부정관사가 없으면 어색할 때나 특별히 하나의 의미를 강조해 줘야 하는데 one을 쓰기는 뭐한 경우, 등등 여러 이유로 헤드라인에도 부정관사 a/an, 그리고 정관사 the를 쓰기도 합니다.
Is South Korea’s economy heading towards a crisis? <SCMP>(2022.10.11.)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한국 경제, 위기로 향하고 있는가?
Russia Unleashes a Barrage of Missiles Against Civilians <The New York Times>(2022.10.11.)
Russia launches barrage of missiles on cities across Ukraine <The Global Herald>(2022.10.11.)
위 예시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포격 세례’를 받았다는 의미로 ‘많은 양을 퍼부음’을 나타내는 “a barrage of” 표현을 쓰면서 한 곳은 a를 썼고, 한 곳은 a를 생략했습니다.
2. and도 잘 쓰지 않는다... 종종 쉼표가 대신한다
둘 이상을 나열할 때 본문이었다면 쓰였을 and가 헤드라인에서는 생략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IMF, World Bank Warn of Increasing Risk of Global Recession <Bloomberg>(2022.10.10.)
<블룸버그> IMF・세계은행, 증가하는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 경고
위 사례처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이 둘이 공히 주어로 내세워진 헤드라인에서 “IMF and World Bank”라고 하지 않고 중간에 쉼표를 넣어 병렬적으로 나열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언론에서는 종종 중간점을 활용하곤 합니다.
물론 이 원칙도 철칙은 아닙니다. 언론 매체에 따라, 각각의 스타일에 따라, 또 그때 그때 어감에 따라 and는 언제고 쓰일 수 있습니다. 단지, 보통은 생략한다는 정도로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Airbus and Air France Go on Trial Over 2009 Rio-Paris Crash <The New York Times>(2022.10.11.)
<뉴욕타임스> 에어프랑스·에어버스, 2009년 여객기 추락 사고 재판 개시
3. 따옴표는 인용구 내지 강조 표시다
따옴표는 본문에서나 헤드라인에서나 인용 표시로 흔히 쓰입니다. 본문에서는 보통 겹따옴표가 직접 인용문임을 뜻하고, 홑따옴표는 인용문 안의 인용구, 내지는 글쓴이가 강조하고자 하는 문구 앞뒤에 붙는 경우가 많은데요. 헤드라인에서는 좀 대중 없이 곁따옴표, 홑따옴표 모두 어떨 때는 인용의 의미로, 어떨 때는 강조의 의미로 사용되는 느낌입니다.
‘This is serious’: JPMorgan's Jamie Dimon warns U.S. likely to tip into recession in 6 to 9 months <CNBC>(2022.10.10.)
<CNBC> ‘심각하다’: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CEO, 6~9개월 후 미국 경기 침체 경고
여기서 맨 앞에 내세워진 ‘This is serious’(이것은 심각합니다)라는 말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한 말 중 임팩트 있는 것을 일부러 헤드라인 앞에 내세운 것입니다. 직접 인용문임을 홑따옴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U.N. says Russian air strikes in Ukraine ‘unacceptable escalation’ <Reuters>(2022.10.10.)
<로이터> 유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은 ‘용납할 수 없는 긴장고조 행위’
위 예처럼 어떤 일에 대한 주요 주체(화자)의 반응을 격렬한 한두 마디, 예를 들어 ‘unacceptable’(받아들일 수 없는), ‘disappointing’(실망스런) 등의 형용사로 나타내 강렬함을 전달하는 기법으로 자주 쓰입니다.
4. 콜론(:)이 화자나 출처를 나타낼 때가 있다
위 3번의 예시(‘This is serious’: JPMorgan's Jamie Dimon warns...)에서처럼 헤드라인의 어떤 문장 앞이나 뒤에 화자를 놓고 콜론(:)으로 구분해 해당 문장이 화자가 말한 것임을 나타내곤 합니다.
N. Korea: missile tests simulate striking South <Reuters>(2022.10.10.)
<로이터>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는 남측 타격 시뮬레이션용” 주장
여기서 콜론(:)의 의미는 말하다(say), 발표하다/밝히다(announce), 주장하다(claim) 등의 의미를 갖습니다. 즉 “(최근의) 미사일 테스트는 남한 타격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라고 북한이 말했다(N. Korea says)는 뜻입니다.
때로는 어떤 내용이 학문적 연구나 설문 조사 등의 결과임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More couples meeting through online dating sites or apps: Survey <The Straits Times>(2022.10.10.)
<스트레이츠 타임스> 더 많은 커플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또는 앱으로 만나: 서베이
이렇게 “~~~ : survey”나 “Study: ~~~” 형태의 헤드라인은 원래는 ‘서베이가 ~~~임을 보여준다’(Survey shows ~~~) 내지 ‘학문 연구가 ~~~임을 밝혀냈다’(Study finds...)와 같은 형태로 쓰였어야 했을 것을 show, find 등 단어를 콜론으로 대신해 공간을 절약해 주는 효과를 냅니다.
5. 국가 수도는 그 나라의 정부를 지칭한다
외교, 무역, 분쟁 등 국가 관의 관계를 다루는 기사에서는 종종 한 국가의 수도가 그 나라의 정부를 지칭하고는 합니다. 이 원칙은 사실 헤드라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Seoul urges China, Russia to prevent North Korean nuke test <AP>(2022.6.27.)
<AP통신> 한국 정부, 중-러에 북한 핵실험 저지 촉구
위와 같이 서울(Seoul)은 한국 정부, 워싱턴(Washington)은 미국 행정부, 베이징(Beijing)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 평양(Pyongyang)은 북한 지도부, 도쿄(Tokyo)는 일본 내각, 모스크바(Moscow)는 러시아 정부를 의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모스크바에는 크렘린궁이 있어 Kremlin이 러시아 대통령실 및 지도부를 뜻하는 말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백악관 즉 The White House가 미국 대통령 및 대통령실을 지칭하듯 말이지요. 한국은 Cheong Wa Dae, or the Blue House, 가 있었는데 지금은... Yongsan이랄 수도 없고...)
물론 때때로 ‘Seoul’이 실제 도시로서의 서울시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문맥에 맞게 가려서 봐야 하겠습니다.
Record rain causes deadly flooding in Seoul <Reuters>(2022.8.10.)
<로이터> 기록적 폭우로 서울에 치명적 물난리
6. 논설, 칼럼의 제목은 몇 단어의 명사구로 나타내기도 한다
언론사나 편집진, 칼럼니스트의 주장을 담은 사설(editorials)이나 칼럼(column) 등의 글에는 ‘주어+동사’를 갖춘 문장형이 아닌 명사(구) 형태로 헤드라인을 다는 경우가 흔합니다.
War, Inflation and Squandered Credibility <The New York Times>(2022.9.22.)
<뉴욕타임스>(칼럼) 전쟁, 인플레이션, 그리고 잃어버린 신뢰
Putin’s brutal vengeance on Ukraine <Financial Times>(2022.10.11.)
<파이낸셜타임스>(사설)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잔인한 복수
물론, 이것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어서 <뉴욕타임스>의 “Donald Trump Is Not Above the Law”(도널드 트럼프는 법 위에 있지 않다)(2022.8.26.)처럼 사설에 문장형 헤드라인을 다는 언론사도 적지 않습니다.
7. 권유, 지시, 명령형 헤드라인이 쓰이기도 한다
언론사는 사실 전달을 위한 보도뿐 아니라 의제 설정, 여론 환기 등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국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나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당일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글을 1면 머리에 올리기도 합니다. “VOTE NOW”와 같은 명령형 헤드라인을 큼지막하게 박아 넣고 말이죠.
또, 아래와 같은 말랑말랑한 기사의 제목으로도 독자에게 권유하듯 권유/지시/명령형 문장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Forget the ‘toxic boss’ — meet the toxic underlings <Financial Times>(2022.10.10.)
<파이낸셜타임스> ‘나쁜 상사’는 잊으세요 - 나쁜 부하들을 만날 때입니다
이것으로 영어 기사 헤드라인 읽는 법은 대체로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헤드라인은 기사의 관문과도 같습니다. 그 기사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지 말지 불과 몇 초도 안 걸려 판가름이 나고 맙니다. 어떤 기사는 그냥 지나쳐지고 어떤 기사는 간택(?) 받아 본문까지 읽힙니다. 헤드라인이 그 기로에 있습니다.
한편으로 헤드라인은 영어 공부를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교재가 됩니다. 헤드라인 읽는 법 시리즈를 시작하는 즈음에도 말씀 드렸지만, 헤드라인에 자주 쓰이는 단어 몇 백 개 정도만 섭렵해도 꽤 ‘고급진’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언론사들이 가장 정갈하면서도 적확한, 핵심을 바로 짚는, 그러면서도 가장 간단 명료한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영어 기사로 접하는 상당수의 보도는 이미 우리가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는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는 단어라도 미루어 짐작해 보고, 맞는지 확인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실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각 잡고’ 영어 공부 하겠다고 나설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외신 브리핑이나 다른 글들을 통해 헤드라인만이라도 한 번씩 훑어보고 가시면 어떨까요? 어떤 헤드라인은 더 눈 여겨 보게 되는 때도 있을 거고요. 그러다보면, 혹시 아나요? 주말 오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같은 고급 신문/잡지를 읽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쉽게 쉽게 가면서도 영어와 친해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외신으로 영어정복! 그럼 다음 글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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