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으로 영어정복’ #010
일간지 신문 지면의 구성... 페이지 레이아웃 디자인
영어 기사 헤드라인 읽는 법에 이어 사진 보도를 대함에 있어 알아 두면 유용한 점들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그전에 오늘은 잠깐 일간 신문 지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지면(특히 1면 프런트 페이지)의 레이아웃 디자인에 대해서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티저, 데이트라인, 바이라인, 크레디트...
“그래서, 야마가 뭐야?” 일반적인 세계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언론사에서는 꽤나 많이 접하는 표현입니다. ‘야마’, ‘우라까이’, ‘독고다이’, ‘반까이’... 지금은 많이 순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언론계에 이런 알쏭달쏭한 일본말이 난무했던 것은 한국의 언론 시스템이 - 다른 많은 영역도 그러하듯 -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시스템을 고스란히 들여온 탓이 큽니다.
서구식 저널리즘에서는 당연히 영어(식) 표현이 가득합니다. 일간 신문을 기준으로 볼 때 신문 지상에는 지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고, 각각에는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이 붙어있게 마련입니다. 플래그(flag), 마스트(mast), 바이라인(byline), 키커(kicker) 등 신문 용어를 일반인이 다 외우고 익혀둘 필요는 없지만, 그중 몇몇은 상식 차원에서라도 한 번 알아두고 지나가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더 뷸레틴>(The Bulletin)이라는 매체에서 ‘뉴스 활용 교육’(Newspapers In Education; NIE)의 일환으로 만든 “Guide to The Bulletin’s Front Page”라는 좋은 자료가 있어서 이를 토대로 간단히 신문 지면의 주요 구성 요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카이박스(Skybox): 지면 상단의 The Bulletin이라는 큼지막한 제호 아래로 파란색 굵은 선이 보이시나요? 그 파란색 구분 아래로는 본격적인 오늘의 주요 기사가 배치됩니다. 이 파란 구분선 위 부분을 하늘 높이 있다는 의미에서 스카이박스라고 하는데요. 스카이박스 안에는 신문의 이름, 즉 제호(Flag)부터 시작해서 발행 일자, 그날의 주요 읽을거리를 프로모션하는 요소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 신문에서는 이 스카이박스 왼편이나 오른편, 혹은 양편 모두에 자그마한 박스 형태로 광고를 싣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플래그(Flag): 제호. 신문의 이름입니다.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처럼 해당 매체의 간판에 해당하는 요소이므로 보통은 1면 지면의 상단에 큼지막하게 넣어 두드러지게 합니다. 매체에 따라서는 제호를 가리켜 ‘명판’(name plate)와 같은 용어로 달리 부르기도 합니다.
▶︎폴리오 라인(Folio Line): 신문 발행 일자와 한 부 판매 가격 등을 기입하는 공간입니다.
▶︎티저, 티즈(Teaser, Tease): 1면에 기사 자체를 배치할 만큼 중요도가 높지는 않을지 몰라도 페이지를 넘겨 안을 들여다보면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만한 경제, 문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섹션의 주요 기사를 프로모션 하는 공간입니다. 보통 2~3개의 기사를 예고편처럼 배치해 독자의 관심을 끕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프로모(promo)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The Bulletin>의 경우 ‘Skybox Tease’라는 용어를 썼네요.
▶︎칼럼(Column): 단. 지면을 세로로 분할해 놓은 영역입니다. 보통 일간 신문들은 6단 내지 7단 정도로 구분합니다. 이 <The Bulletin> 자료 예시의 경우, 맨 왼편의 리더보드(Readerboard)가 있는 단부터, 가운데 4단, 맨 오른쪽 세로로 길게 늘여 뺀 단까지 총 6단으로 분할했네요.
▶︎리더보드(Readerboard): 그날의 주요 뉴스 간단 브리핑 공간입니다. 이 리더보드를 1면에 배치하는 신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신문도 있습니다. 짤막한 표제에 2~3줄 핵심 요약 한 문장 정도로 3~6 꼭지를 잰걸음으로 소개하듯 아래로 나열해 두는 것인데, 그날의 주요 뉴스를 한눈에 휘리릭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통상 해당 기사가 어느 면에 실렸는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리더보드가 일반적 명칭이지만 “News briefing”이라든지 각 언론마다 나름의 이름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인덱스(Index): 주로 신문의 좌하단에 위치해 간단한 날씨 정보, 몇 면에 무슨 섹션이 있는지 등을 간단히 알려주는 지면 정보, 신문 바코드, 발행인 정보, 신문 가격 정보 및 구독 신청 문의처 등을 담는 공간입니다.
▶︎키커(Kicker): 특정 기사의 헤드라인 위에 별도로 단 태그, 꼬리표, 레이블(label) 같은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간선거 관련한 기사를 일정 기간 언론 보도를 이어가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긴 헤드라인을 보기 전에 그 위에 딱지처럼 “US Elecions”라는 태그가 달려 있다면 ‘아, 미국 선거 기사구나’ 하고 곧바로 인지할 수 있을 겁니다. 키커는 그런 역할을 하는 요소입니다.
▶︎헤드라인(Headline): 각각의 개별 기사에 붙은 표제, 제목입니다. 보도 아이템의 중요도에 따라 폰트 종류나 굵기, 크기 등을 다르게 합니다. 이 예시에서의 톱 뉴스는 “Brewery revising Roanoke plan”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가장 큰 폰트 크기로 4단에 걸쳐서 기사를 처리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서브 헤드라인(Sub-headline): 부제목입니다. 모든 기사가 부제목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사는 2~3개의 부제목을 달고 있기도 합니다. 기사 중요도에 따라, 지면 공간 여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헤드라인과 구분 짓기 위해 통상 폰트를 달리 처리합니다. 헤드라인이 굵은 정자체를 쓴다면 서브 헤드라인은 조금 작은 글씨 크기에 기울임체(이탤릭체)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라인(Byline): 보통 신문 기사는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을 헤드라인과 본문 사이에 명시해 기사에 대한 인정(credit)을 해 주는 한편, 책임감을 높이도록 합니다. 여기를 보면 ‘이 기사는 누구에 의해 작성되었음’이라는 의미의 ‘by 기자명’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거기에서 바이라인(by-line)이라는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는 정체가 불분명한 기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진(Photo): 사진도 지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봤듯이 신문 지상에 배치된 사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는데 (1) 특정 기사의 보조적/보완적 수단으로 쓰인 ‘관련 사진’, (2) 관련 기사 없이 단독으로 독립적으로 쓰여 그 자체로 하나의 보도 아이템이 되는 ‘단독 사진’(standalone photo)입니다. The Bulletin 예시 자료 상의 1면 중앙에 배치된 자연경관 사진은 사진 이미지에 “30 WILD YEARS”라는 헤드라인을 새겨 넣고 아래로 지도까지 늘여 빼는 등 디자인적 요소를 크게 가미해 기사와 함께 구성한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캡션(Caption): 사진 설명을 뜻합니다.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상황, 때로는 그것의 사회적 영향 등 더 확장된 의미가 캡션에 담길 수 있습니다.
▶︎크레디트(Credit): 사진, 차트,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자료가 언론사 외부의 다른 제공 기관으로부터 받은 것일 때 그 출처를 명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진 설명 캡션 등에서 “provided by ~”, “courtesy of ~”와 같은 표현과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점프라인(Jumpline): 지면의 제약으로 해당 공간에 모든 기사 내용을 다 싣지 못했을 경우 남은 내용을 다른 면 하단 자투리 공간으로 넘기고 ‘O면에서 이어짐’과 같은 안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면의 경우 특히 지면은 제약돼 있는데 담아야 할 꼭지수는 넘쳐나면 핵심 내용 2~3 단락만 1면에 소화하고 뒷부분은 2면이나 3면, 혹은 그 뒷 페이지로 넘겨야 할 경우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광고(Ad): 말 그대로 광고가 위치한 공간입니다.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신문 지면에 광고가 포함되지 않은 면을 찾아보기 힘들지요. 신문 맨 뒷 페이지가 통상 전면 광고로 처리되기도 하고요, 신문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다 보면 펼쳐진 양면(spread)에 걸쳐 시원하게 광고가 펼쳐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술의 경지를 추구하는 1면 레이아웃 디자인
신문 지면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을 1면(front page)을 중심으로 알아봤습니다. 2면, 3면으로 이어지는 각 페이지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각의 지면은 페이지 안에 몇 개의 기사, 몇 개의 이미지(사진, 차트, 도안, 일러스트 등), 몇 개의 광고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레이아웃(layout)에 따라 보기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나 1면은 독자와 그날의 신문이 처음 마주하는 ‘얼굴’이자 구매 선택으로 이어지는 ‘제1관문’이 되기 때문에 레이아웃이 무척 중요합니다. 또 절반 접어졌을 때 보일 모습, 완전히 펼쳐 놨을 때 보일 모습 등 여러 관점에서 레이아웃을 고려해야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1면 레이아웃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작’' 수준의 결과물도 나와 언론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요.
오늘 소개해 드린 지면 구성 요소와 레이아웃에 대한 이야기는 언어에 따라 부르는 명칭 등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의 신문, 영어권, 프랑스어권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비슷하게 통용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면 레이아웃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 몇 가지를 보여드리고 오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경향신문>은 2016년 10월 6일 창간 70주년을 맞아 1면을 파격적인 편집으로 선보였습니다. ‘신문의 얼굴’인 1면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올려놨습니다. 아래 기사 본문 위에 휘갈겨 쓴 손글씨까지 실사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언뜻 보면 정말 누군가 신문을 펼쳐 놓고 김밥과 라면을 먹은 것을 찍은 사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파격적 디자인이었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창간특집 1면 제작노트’를 통해 “신문은 일상이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원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하다”면서 “1면 기사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 시간이 없다’는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디자인은 ‘광고 천재’로 불리는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뉴욕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칸 광고제 금상,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 애디 어워드 금상 등 유수의 국제 광고제에서 29개의 상을 휩쓸며 국내 광고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타임스>의 1면 레이아웃입니다. “미국, 공격당하다”라는 의미의 “U.S. ATTACKED”라는 헤드라인을 큼지막하게 통단 헤드라인으로 배치하고 “테러의 날 납치된 여객기들이 트윈타워를 파괴하고 펜타곤을 들이받다”라는 부제목을 달았습니다. 그 아래로 대략 6단(column)으로 나뉜 지면 중 절반 정도인 3개 단에 걸쳐 충격적인 사진들로 채웠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파격적인 1면 편집 디자인의 예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중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미국 본토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던 2020년 5월 24일 당시 이 신문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자 1면을 통틀어 희생자 이름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팬데믹에 대한 경각심, 심각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 애플의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과 같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대사건이 일어났을 때 신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의미 부여를 하는데 그 한 가지 방식으로 1면 레이아웃 편집 디자인도 들어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일리 저널>, <더 이그재미너>의 1면 편집은 잡스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갖춘 듯 보이네요.
오늘은 신문 지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그 요소들이 이곳저곳에 적절히 배치되어 만들어지는 전반적인 페이지 레이아웃 디자인을 1면(프론트 페이지)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꼭 영어신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지면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사진으로 다시 돌아가 영어신문에서 사진 보도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외신으로 영어정복! 그럼 다음 글을 기대해 주세요~
< 함께 보면 좋은 다른 글 >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2023 꼭 가봐야할 35곳’에 포함된 한국 도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2023 꼭 가봐야할 35곳’에 포함된 한국 도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2023 꼭 가봐야 할 35곳’에 들어간 한국 도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023년 그리고 그 이후로도 멋진 경관과 문화 충격을 즐길 수 있는 온 가족 맞춤형 여행지 7선을 발
swife.tistory.com
[경고] 본 블로그 콘텐츠의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 도용하는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필요시 URL 링크나 SNS를 통한 공유를 활용해 주세요.
블로그 ‘구독’하고 가치 있는 정보, 돈이 되는 정보 받아보세요!
*RSS Feed(URL): https://swife.tistory.com/rss
<영어 신문> 기자 출신,
‘국내 최고’ 외신 해설 블로거!
‘공감’과 ‘구독’,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외눈영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신으로 영어정복 012 - 사진기사 보는 법 (2) 사진 설명에도 6하원칙(5W1H) 적용 (7) | 2022.11.15 |
---|---|
외신으로 영어정복 011 - 사진기사 보는 법 (1) 가까운 과거는 현재형으로 (18) | 2022.11.07 |
촉법소년 기준 13세 하향... 촉법소년 뜻, 촉법소년 영어로 (22) | 2022.10.26 |
외신으로 영어정복 009 - 영어 신문 보도사진 대하는 법... 100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 (10) | 2022.10.25 |
외신으로 영어정복 008 - 영어 기사 헤드라인 읽는 법 총정리편 (18) | 2022.10.19 |
댓글